AI도 가져갈 수 없었던 네 가지
공유
AI도 가져갈 수 없었던 네 가지
혼자서 운영하는 요일 티셔츠 브랜드 MODAY를 만들고 있다. 모든 작업을 하나도 빠짐없이 AI에게 넘기려고 시도해봤다. 3일이 지난 지금, 네 가지가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이걸 왜 하고 있는지, 진짜 이유
이 브랜드를 왜 시작했는지의 절반은 다른 글에서 이미 썼다. 일본의 "죄송합니다" 티셔츠가 화제가 됐던 일, 재택근무를 하면 요일 감각이 사라지는 일. 그게 표층이다.
나머지 절반은 입 밖으로 꺼내기가 좀 더 어렵다 — AI 시대의 회사 만드는 법을, 남들보다 먼저 체득해두고 싶다.
본업이 EC 컨설팅이라 사업 현장은 안쪽까지 충분히 보고 있다. 그런데도 생성 AI가 본격적으로 터진 2~3년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사업을, AI가 어디까지 실제로 운전할 수 있는가.
읽어서는 답이 안 나온다. 트위터로도 안 나온다. 논문도 안 나온다. 이 질문은 읽기에 굴복하지 않는다. 진짜 돈이 흐르는 진짜 사업 앞에서만 굴복한다.
그러니까 MODAY는 티셔츠 브랜드이면서 동시에, 측정 가능한 적정 크기의 1인 실험장이다. 재고 제로. 솔로 운영. 첫날부터 글로벌. 3일 만에 런칭. 진짜 돈, 진짜 고객, 진짜 발송. 취미 프로젝트나 사내 검증에서는 판단이 무뎌진다. 자기 살이 걸려야만 측정값이 나온다.
규칙은 하나. 영역을 가르지 않는다. 전부 넘긴다. 그리고 안 움직이는 걸 본다.
3일 동안, 후회는 0번
"이건 AI한테 안 맡길 걸 그랬다"라는 순간은, 아직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스택 선정에서도. 디자인에서도. 스토어, 웹훅, 번역, 카피, 어디서도. Claude가 내놓은 결과물을 거의 그대로 빌드 전체에 흘려보냈다.
자랑처럼 들린다. 자랑이 아니다. 더 솔직한 해석은 더 어둡다 — 내 판단 기준 자체도 Claude에게 넘기고 있어서, 후회할 만한 것이 내 안에 더는 남아 있지 않다. 내 의견을 쥐고 있었다면, 언젠가는 "잠깐, 나라면 다르게 갔다"라는 순간이 왔을 것이다. 그 순간은 안 왔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그래도 — 네 가지는 내게 남았다
"영역 안 가른다"라고 했지만, 이번 빌드의 네 부분만은 끝내 위임이 안 됐다. 뺄셈으로 적는다.
1. 프롬프트를 보낸다는 결심 그 자체.
Claude에게 처음 던지는 한 줄 — "다음에 뭐 할까?" — 이건 매번 내가 쓴다. 한 번도 빠짐없이. 못 없앤다.
이것까지 위임할 수 있게 되면, 다음 단계로 간다. 아직 못 갔다.
2. 은행 계좌와 결제 심사.
Shopify Payments KYC. Stripe 본인 확인. 해외 송금 받을 계좌 개설. 여기는 인간 외에는 못 들어간다. 신분증을 들고 등장하고, 내 이름과 얼굴로 서명하고, 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3. 각 서비스 가입과 카드 등록.
Gelato. Render. fal.ai. Make.com. Anthropic. 각각 계정 만들고, 카드 넣고, 유료 플랜으로 올린다. 매번 내 손이 대시보드를 만진다.
4. API 키 발급 — 넘기는 직전까지.
Claude Code가 API를 치려면 키가 존재해야 한다. "새 키 생성" 버튼은 내가 누른다. 그 키가 .env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키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이게 전체 목록이다. 3일 동안, 내 손이 물리적으로 움직인 곳은 이 네 군데뿐이다. 나머지는 전부 Claude가 돌리고 있다.
1번도 결국 놓고 싶다
네 가지 중에서 가장 놓고 싶은 건 1번 — 프롬프트를 보내겠다는 결심 그 자체.
지향점은 이렇다. Claude Code가 먼저 와서 "다음 할 일은 이거예요"라고 제안하고, 나는 OK인지 NG인지만 답한다. 사업 자체의 방향성이 AI 쪽으로 완전히 넘어간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어느 정도 가능하다. 에이전트 구성으로 짜면, Claude Code가 스스로 태스크를 자르고, 스스로 구현하고, 다음 태스크를 제안하는 루프를 만들 수 있다. 지금도 그렇게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MODAY의 현 단계에서는 아직 거기까지 가지 않았다. 내 안에 첫 한 걸음의 방향을 직접 정하고 싶은 부분이 남아 있다. 정직하게 말하면, 그 부분이 바로 문제다. 그걸 놓는 것이 다음 과제다.
나머지 셋은 "AI의 한계"가 아니라, "제도의 한계"다
이게 이 글에서 가장 쓰고 싶었던 줄이다.
은행, KYC, 가입, 결제 등록, API 키. 이 셋이 내게 남아 있는 이유는 "AI에게 판단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제도적이다. AI에게는 법인격이 없다. 자연인으로도, 법인으로도. 그래서 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그게 전부다.
기술적으로는, 브라우저 자동화를 붙인 Claude Code에게 내일 당장 "다 해줘"라고 하면 아마 가능하다. 폼 채우고, 신분증 사진 올리고, 인증 메일 클릭하고. Computer Use는 이미 있다. 막혀 있는 건 능력이 아니다.
막혀 있는 건, Claude가 그 클릭을 다 해도 등록되는 당사자는 여전히 나라는 점이다. Claude는 내 이름으로 폼을 채우고 있을 뿐, 책임은 인간에게 남는다.
그러니까 이 셋은 AI의 한계 지점이 아니다. 사회 제도가 아직 따라오지 못한 영역이다. AI가 스스로, 법적으로, 사업의 운영자가 될 수 있는 날이 오면, 이 셋도 같이 넘어간다.
영역 가르기가 아니라, 뺄셈
"인간은 여기, AI는 저기"라는 프레임은 아마 3년 안에 낡은 것이 된다.
선을 긋는 순간 — "인간 영역, AI 영역" — 그 선이 제약이 된다. 그리고 "AI가 어디까지 갈 수 있나?"라는 질문은, 그 제약 안에서는 답이 안 나온다. 한계를 미리 정해놓고 한계를 측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MODAY는 영역 가르기가 아니다. 전부 넘겨놓고, 안 넘어간 것을 뺄셈으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남은 네 가지 중 셋은 제도. 하나는 내 자신의 주체성.
셋은 시간이 해결한다. 하나는 내가 직접 놓는 수밖에 없다.
또 쓰러 올게요.
— Yoskee
moday.me
오늘을 입다. — MODAY 티셔츠
| 세트 | 장수 | 가격 |
|---|---|---|
| 풀 위크 세트 → | Mon–Sun (7) | $159 |
| 워크위크 세트 → | Mon–Fri (5) | $119 |
| 스타터 팩 → | Mon · Wed · Fri (3) | $79 |
| 위켄드 세트 → | Sat · Sun (2) | $55 |
$99 이상 무료 배송 · 8색 × 6사이즈 · 9개 언어